잡담

각자의 시간.

오스칼n앙드레 2006. 3. 24. 09:27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를 24시간, 1,440분으로 한다는 약속에 동의하고 있으며 24시간 동안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24시간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속도는 그것을 측정하는 사람의 좌표와 운동속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집니다.

뛰는 사람의 시계가 걷는 사람의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는 것.

1층에 사는 사람이 2층에 사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

여러분이 좋아하는 아인슈타인 이론입니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느끼는 시간은 어떨까요?

시간은 감옥에서 가장 빠르게 흐른다고 로렌스는 말했습니다.

조이스의 소설에 묘사된 하루는 보통 사람의 1년 보다도 더 길게 느껴집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흐르는 시간과 소설이나 만화에서 흐르는 시간 역시 서로 다릅니다.

'데스노트'의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는 10초동안 엄청난 양의 독백을 할 수 있지만, '대장금'의 주인공 이영애는

10초 동안 한 두마디 대사밖에 할 수 없습니다.

 

당신과 이창호가 바둑을 두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신이 1초에 한 수를 생각한다면 이창호는 1초에 수십수를 생각합니다. 같은 1초 동안 이창호는 당신의

수십배에 달하는 시간을 향유하는 것입니다.

 

비단 바둑이든 무엇이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의 머리 속에 흐르는 시간과 일반인의 머리 속에 흐르는 시간은 그 속도가 다릅니다.

성공하기 위해선, 각자 맡은 분야의 프로가 되어야 하겠죠?

프로가 되는 지름길은 사고의 속도를 개선하는 일입니다.

길을 가던 여자가 쓰러졌습니다. 그 앞으로 자동차가 돌진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의인들은

앞 뒤 가리지 않고 본능적으로 몸을 던집니다.

 

그와같이 위급한 일촉즉발의 순간에도 몇 번 더 생각을 하고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갈등이나 회의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실용적인 사고를 하자는 것입니다.

 

얼짱이 쓰러졌구나! 얼짱이니까 구해야한다. 구해주면 내 사랑을 받아줄까.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까.

이런 생각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앞쪽으로 끌어당길 것이냐, 뒤쪽으로 밀쳐낼 것이냐, 끌어안고 구할 것이냐 등 꼭 필요한 생각을 해야되겠죠.

반복 훈련을 통해 사고의 속도를 높이면 그 사고는 감각으로 변하고 본능으로 변합니다.

포커의 달인들은 오래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의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패를 읽고 레이스냐 다운이냐 결정하지 않습니까?

 

베르그송의 핵심적 시간 개념은 '순수지속'입니다. 시간이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누구나 이렇게 믿고 있죠?

그러나 바슐라르는 '시간은 본질적으로 비연속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베르그송의 시간 개념을 부정했습니다.

베르그송의 견해에 따르면 시간은 영화와 같은 것이 되고 바슐라르의 견해에 따르면 시간은 만화와 같은

것이 됩니다.

영화는 흘러가지만 만화는 흘러가지 않습니다. 영화가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이라면, 만화는 단절된 시간들의

집합체입니다.

영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감상해야 하지만 만화는 정해진 시간이 없습니다. 만화에 있어서의 시간의 흐름을

조작하는 건 독자 자신, 바로 우리들인 것입니다.

 

베르그송의 시간 개념을 따른다면 우리는 영원히 시간의 노예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바슐라르의 시간

개념을 따른다면 우리는 시간의 지배자가 될 수 있습니다.

 

1초에 열마디 대사를 할 수 있는 것, 과학자와 수사관, 그리고 예술가, 특히 짧은 시간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오늘 이 얘기를 깊이 새겨두시기 바랍니다.

명심하세요.

수평적 시간에 묶여있는 존재를 해방시키면,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게된다. 그것은 수직으로 용솟음친다. 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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